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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의 감성공간

아름다운 시 추천

[아름다운 시 추천]

가을 감성의 끝자락을 붙잡고, 오랜만에 시 추천을 드리려 합니다.
요즘 날씨가 부쩍 추워지며, 어느 지방에는 첫 눈이 내렸다지만..
제가 살고 있는 대구는 늦 가을비가 내려 스산한 기분이 한껏 느껴지네요..

사실 오늘 오랜만에 시 추천을 드리며 무겁고, 다크한 시를 추천 드릴까 했는데,
아무래도 머릿속에 오래 떠돌며 속삭이는 시는 아름다운 시가 아닐까 하네요..
인간은 태생이 선한가 봅니다..^^ 그럼 아름다운 시 5가지 정도를 추천 드려보고자 하는데..

오늘 추천 드리는 시는 개인이 꼽은 것이기 때문에,
제가 시를 바라보는 미학적 관점이 조금 다를 수가 있습니다..
이럴 땐 그저 시를 느껴주셨으면 하는 바람뿐이네요..^^~
그럼 아름다운 시 5편 추천 드려보겠습니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당신에게 달린 일

- 작자 미상

한 곡의 노래가 순간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
한 송이 꽃이 꿈을 일깨울 수 있다
한 그루 나무가 숲의 시작일 수 있고
한 마리 새가 봄을 알릴 수 있다
한 번의 악수가 영혼에 기운을 줄 수 있다.
한 개의 별이 바다에서 배를 인도할 수 있다.
한 줄기 햇살이 방을 비출 수 있다.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고
한 번의 웃음이 우울함을 날려 보낼 수 있다.
한 걸음이 모든 여행의 시작이다.
한 단어가 모든 기도의 시작이다.
한 가지 희망이 당신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한 번의 손길이 당신의 마음을 보여 줄 수 있다.
한 사람의 가슴이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 수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이 세상에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에게 달린 일이다.




상황 그릇

-박라연


내 품이
간장 종지에 불과한데

항아리에 담을 만큼의 축복이 생긴들
무엇으로 빨아들일까

넘치면 허공에라도 담아보자 싶어
종지에 추수한 복을 붓기 시작했다

붓고 또 붓다보니
넘쳐흐르다가
깊고 넓은 가상 육체를 만든 양

이미 노쇠한 그릇인데도
상황에 따라 변하기 시작했다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져줄 때의 형상이 가장
맛, 좋았다

허공에도
마음을 바쳐 머무르니
뿌리 깊은 그릇이 되어 눈부셨다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면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아픔

- 강 정

계절을 잊은 눈비가
땀구멍마다 들어찬다
몸 안에 잠자던 운석이 눈을 뜬다
목탁 구멍 같은 뼈마디 사이로
이승이 밀려 나간다
구름들의 뒤 통로에
짓다 만 집 한 채 스스로 불탄다
마지막 입술이 한참 동안 떨린다
나부끼는 재(災)
누군가 텅 빈 문을 열고
타다 남은 햇살을 주워 담는다
뜻 없이 불러본 이름들이 마음보다 길게 늘어서
지나온 이승에서 즐겁게 눈물겹다
보이는 것들은 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된다
부를 수 없는 것들이 어느덧 새 이름을 얻는다
계절이 빠르게 바뀐다
숨을 쉬니 한 세상이 저만치
다른 상처에 다 닿았다



어떻게 제가 추천드린 시를 느낌있게 감상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추천 드리는 입장에서 만족스러우셨으면 좋겠고,
제 블로그의 감성 공간에 좋은 포스팅이 많이 있으니, 구경하고 가셔도 됩니다..^^

그럼 시 추천 포스팅을 마치겠으며,
아름다운 시 한 편으로 오늘 하루 충만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