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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의 감성공간

사랑시 4편.

[사랑시 4편.]

저 같은 경우, 시에 대한 편식을 자주 하지 않지만..
사랑시라고 하면, 꼭 한 번쯤은 읽게 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사랑시에 유독 주옥 같은 구절이 많기 때문이죠.

사실 사랑시를 보면 볼 수록, 제 속에 죽어 있던 감정이 깨어난다고 할까요?
가끔 시를 처음 마주 했을 때, 마음 속에 불꽃을 일으키는 시들이 가끔 있습니다.
또 그런 시를 2번, 3번 계속 보다보면, 그 시의 진정한 깊이가 느껴지죠.

아마 제가 오늘 소개드리는 사랑시 4편 또한 제가 그렇게 느낀 시의
범주에 속하지 않을까 싶으며, 짧은 사랑시, 짝사랑시 등 구분하지 않고
꼽아봤으니, 함께 시를 보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배연일)

아카시아 향내처럼
5월 해거름의 실바람처럼
수은등 사이로 흩날리는 꽃보라처럼
일곱 빛깔 선연한 무지개처럼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휘파람새의 결 고운 음률처럼
서산마루에 번지는 감빛 노을처럼
은밀히 열리는 꽃송이처럼
바다 위에 내리는 은빛 달빛처럼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사랑이 찾아오신 적 있으시죠? 그 사랑이 비단 짝사랑이였더라도, 사랑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이 시는 사랑이 찾아 왔을 때의 모습을 운율에 띄워 표현하고 있는데, 한 부분도 부정할 수 없으리 만큼,
사랑이 찾아 올 때의 모습을 잘 표현한 사랑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이기도 해요^^






그 누구에게 (조지 고든 바이런 경)

딱 한 번, 감히 내 눈을 들어,
눈을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어요.
그날 이후, 내 눈은 이 하늘 아래
당신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지요.

밤이 되어 잠을 자도 헛된 일
내게는 밤도 한낮이 되어
꿈일 수밖에 없는 일을 내 눈앞에
짓궂게 펼쳐 보이죠.

그 꿈은 비운의 꿈ㅡ수많은 창살이
당신과 나의 운명을 갈라놓지요.
내 열정은 깨어나 격렬하게 싸우지만
당신은 여전히 평화롭기만 하군요.

@짝사랑의 비운을 이렇게 절절하게 표현한 사랑시가 또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보면 볼 수록 마음이 미어오는 시가 바로 <그 누구에게>입니다.
아마 짝사랑을 했다면, 자신은 뜨거운 데 태평스러운 상대의 모습에
많은 회의를 느껴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사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빼놓고 사랑시에 대해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개를 드립니다.
하.. 한글이 아름다운 것인지.. 김춘수 시인의 표현이 아름다운 것인지..
이 아름다움 사이에서 정신을 못차리겠네요..






완전한 사랑 (류시화)

사람들은 완전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자신을 비운
초월적인 사랑에 대해
그러나 완전한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아니다
겨울의 소매 속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 폭풍이 거세어지자
더 이상 눈보라를 피할 수 없어
날아들어 온
멧새 한 마리를
늙은 개가 못 본체 하고 자기 집 안으로
들여보내 준다
일 년 내내 그토록 잡으려고 쫓아다닌 새를
입 속으로는 투덜거리면서

@사랑에 관해 생각할 때면, 운명적이거나 현실적인 것들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늙은 개와 멧 새의 관계는 애증일까요..? 또 다른 사랑이 느껴지네요.
지금 자리에 서서 주변을 돌아봤을 때, 자신이 투덜거리면서 애착이 가는 사람이 있는가요?




하.. 저는 소개드리면서도 가슴 뛰는 기분이 느껴지네요.
사실 <그 누구에게> 소개드리고도 잠시 멍하니 있었습니다.^^;;

어떤가요? 읽어보니 이 시들이 왜 좋은 사랑시인지 아시겠나요?
저 같은 경우 시가 어려울 때,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때는
억지로라도 3~4번씩 읽어보는 타입입니다.

그 이유는 시가 어렵게 쓰여졌다기 보다, 제가 부족해서
그 시를 이해 못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여러 번 읽다보면 제 머리도 이해하지 않을까 하고 계속 읽어보죠.

그러면 대다수는 시의 느낌이나, 시인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대충 감이 올 때가 많습니다.ㅎㅎ

이야기가 또 삼천포로 빠질 뻔 했네요.ㅎㅎ
그럼 저는 사랑시를 다 소개해드렸으니, 더 이상 많은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직접 시를 보고, 느끼고, 생각하시는 시간이 되셨으면 하고,
저는 여기서 이만 오늘 글의 마침표를 찍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