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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의 감성공간

최근에 읽은 감명깊은 시.

[최근에 읽은 감명깊은 시.]


봄이 되서 그런지, 손은 자꾸만 시집을 찾습니다.
틈만 나면 시집을 보며, 한 편의 시를 골라 하루 종일 씹고있네요..
그 중 최근에 본 감명깊은 시를 소개드릴까 합니다.

시는 말과 음악의 중간 존재라고 하던가요..?
저는 요즘 고상한척 하는 것에 빠졌는지..
뉴에이지를 들으며, 시를 읽을 때 상당히 여유롭고
자유로운 기분에 잡히네요..ㅎㅎ

제가 시를 각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많이 본다고 할 순 없지만,
모자라지는 않게.. 최소한 편식 없이 시를 본다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감명받은 시가.. 자신에겐 별 감흥이 없더라도..
"아.. 다르구나.."라 넘어가주시면 좋겠어요..ㅎㅎ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감명깊은 시. 1]
얼마 전, 여자친구가 저에게 알려준 시 입니다. 최근에 본 달 중에 가장 크고,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하나 떳던 날, 저에게 이 시를 가르쳐주더군요..
개인적으로 이런 낭만을 너무 좋아해서, 이 시를 듣자마자 앞으로 달만 뜨면,
이 시가 생각날 정도로 엄청 곱씹었을 만큼 감명받았던 시입니다.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 류시화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인간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로
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
새는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실존으로
과거는 창백하게 타들어 간 하루들의 재로
광부는 땅속에 묻힌 별을 찾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 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으로


[감명깊은 시. 2]
최근, 서점에 들러 이런 저런 책을 사다.. 집에 있던 영미시집을 다 읽은게 생각이 나,
시집 코너를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평소 류시화님이 엮은 시집을 즐겨본터라,
류시화님이 15년만에 발표한 3번째 시집 <너의 상처는 꽃, 나의 상처는 돌>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그래도 별로 안끌릴 수도 있으니, 대략 훑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집을 펼쳤는데,
그 때 펼치자 마자 나온 시가 바로 위의 시였습니다. 그 자리에 서서 이 시를 한 번 읽자마자,
바로 시집을 구매했지요..^^ 저에겐 상당히 아름답게 느껴지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끔 만든 시였습니다..ㅎㅎ



이렇게 해서 제가 최근에 감명깊은 시 두편을 모두 소개드렸네요.
개인적으로 시는 자기 전, 침대맡에 앉아 한 두편 정도를 보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한 편을 골라, 눈감고 자기 전까지 머릿 속으로 곱씹을 때
시가 온전히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런 저런 잡념이 있을 때 시를 본다면,
단어도 하나하나 씹히지도 않을 뿐더러, 시 안에 있는 아름다움을
미처 보지 못하고, "난해하네."하며, 그냥 넘어가는 것 같거든요 ㅎㅎ

그럼 제가 소개드린 감명깊은 시가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고,
저는 포스팅을 여기서 마쳐야할 것 같네요..ㅎㅎ
항상 행복한 날들.. 좋은 날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