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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의 감성공간

정말 좋은 시 3편 소개!

[정말 좋은 시 3편 소개!]

오늘은 최근 저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좋은 시 3편을 소개드릴까 합니다.
저는 주로 잠자리에 누워 시집을 읽는 편인데, 마음에 와닿는 시가 계속 메아리 칠 때에는
그대로 시집을 덮고, 잠들 때까지 그 시를 곱씹어보곤 한답니다.

그렇게 계속 시를 바라보고 있다보면, 마음에 알 수 없는 요동이 친다고 해야 할까요?
시의 매력을 계속 바라보고, 생각해보는 것에 매력이 있지 않나 합니다.

지금 소개드릴 시는 위에서 말한 저에게 울림을 준 시들이며,
종종 시를 소개해드렸는데.. 이번 좋은 시만큼은 누가 보아도
좋은 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시 1편 - 옹이 (류시화)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떄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 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좋은 시 2편 - 땅 (안도현)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랏빛 나팔 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다 피었다 진 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좋은 시 3편 -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가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제가 최근 깊은 인상을 받았던 시들을 소개드리고 나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잊은 것들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는 시네요.^^
아마 제 속에 많은 결핍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떻게 제가 소개드린 좋은 시가 마음에 드셨을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이 시들에서 작은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약간의 위로함께 보다 풍부한 감성을 선물 받을 수 있었는데,
이 시를 읽은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은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ㅎㅎ

그럼 이 짧은 시로 3편으로 인해 충만한 하루 되시길 바라면서,
저는 좋은 시에 관한 글을 마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