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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의 감성공간

진정한 친구란? 지란지교를 꿈꾸며

진정한 친구란? 지란지교를 꿈꾸며..


 

우리 사회는 같은 학교만 나와도 친구가 됩니다. 나이만 같아도 친구가 되죠. 저는 여기에 염증을 느끼며 친구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마다 유안진 작가가 쓴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한 대목이 계속 생각납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친구의 모습과는 완벽히 일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는 친구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합니다. 또 글의 분위기 탓인지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램이 자연스럽게 들곤 하네요. 그래서 오늘은 유안진 작가가 쓴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작은 부분을 얘기해보는 방식으로 진정한 친구에 대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아래 점선 박스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지란지교를 꿈꾸며 중에 나왔던 내용들을 옮겨 적어 놓은 것입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 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 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친구라 생각했지만 막연하게 친구의 기분을 살피고 눈치를 보는 그런 관계가 있습니다. 이는 아니라고 하지만 친구에게 부담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것을 친구라 했을 때 서로에 대한 이해, 배려가 아니라 눈치를 먼저 본다면.. 그건 당당한 수평적 관계라 할 수 없고 친구라 보기에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눈치라는 것은 서로 잘 모를 때만이 그 사람의 행동과 기분을 살피려 하는 행동입니다. 서로를 잘 안다면 그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겠죠. 만약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면 그건 친구라 말하기 어렵고요.  진정한 친구라면 그리고 서로가 부담이 안되는 수평적 관계라면 부담 없이 대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서로 잘 알고 친구라면 그 사람에 대해 눈치를 보는게 아니라 배려와 이해를 먼저 해주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대화가 빠진 인간 관계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만약 서로 대화도 잘 되지 않고 즐겁지도 않는데 계속 붙어 다닌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있어서 만나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해 이해관계이죠. 그만큼 대화는 스스럼 없는 관계인 친구에 있어 중요합니다. 만약 서로 대화가 잘 통하지도 않고 같이 있어도 그리 즐겁지 않은데 관계를 지속한다면 그 관계 사이에 들어 있는 것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봐야 하죠. 깊은 대화 속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한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서로 잘 알고 대화가 통하며 같이 있을 때 즐거우면 그게 친구이지 꼭 나이나 직업, 성별에 구애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얘기하듯이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지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친구 관계라면 한 사람을 규정짓는 다양한 틀들이 보이지도 않을겁니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다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이 구절을 읽었을 때, "내 마음과도 어쩜 이리 같을까?"란 생각을 한 적 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듯 모든 사람이 절 사랑하기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깊게 알고 싶은 사람을 깊게 아는 것, 그리고 오래 사귀는 것 이거 하나만 바랍니다. 많은 사람을 깊게 아는 것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시간과 물질에는 한계가 있기에 힘들다 생각합니다. 정말 신뢰를 하고 같이 있으면 즐거운 그런 친구 한 두명이면 인생은 꽤나 충만할 것 같네요.

 

 

 

"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 닦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진 않는다."

 

친구라는 이름 하나 아래 끝도 없이 나에게 베풀어야 하고, 나에 대한 모든 것이 허용되어야 하며, 나에게 아낌 없이 주는 나무를 진정한 친구라 생각한다면.. 먼저 자신에게 반문해보아야 보아야 합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끝도 없이 베풀고, 모든 것을 허용하며 아낌 없이 줄 수 있는지를 말이죠. 또 어쩌면 친구가 아니라 나에게 충성하는 노예를 바란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친구에게 밥을 사고 어려울 때 도와줄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 마음이 친구 스스로 들어야지 강요할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 그 친구가 날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가 발 벗고 나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와주려 할겁니다. 그리고 도움을 받아도 친구를 잘 안다면, 친구가 도와줄 수 있는 범위 이상을 바라지도 않을 거예요.

 

 

아마 느낌 오신 분도 있으실텐데 진정한 친구란 서로가 잘 알고 이해하는 관계라 생각합니다. 무슨 영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색깔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며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잘 알고 함께 있을 때 즐거운 관계라면, 비밀을 얘기해도 묵묵히 받아줄 친구라면 충분히 깊은 관계일 것입니다. 그 사람과 얼마나 오래 알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얼마나 잘 알고 이해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같은 학교를 나오지 않고 나이가 같지 않고 성별이 맞지 않더라도 직업에 상관 없이 진정한 친구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