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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의 감성공간

짧고 아름다운시 5편

[짧고 아름다운시 5편]

 

이제 여름의 뜨거움과 활발함이 지나가고 낙엽이 지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 마음도 부쩍 다가온 가을을 느껴서인지 괜한 감성에 빠지곤 하네요.

 

덕분에 평소보다 더 많은 시들을 보고 있는 요즘입니다. 평소 같으면 인문학책을

잡고 있을 시간에 시집을 들고 있으며 다른 계절 때보다 훨씬 더 시가 잘 읽히네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최근 봤던 시들 중 짧고 아름다운시 5편을 골라 소개 해드릴까 합니다.

사실 길고 좋은 시들도 많이 읽었지만, 기억에는 짧고 아름다운시가 많이 남았네요^^

 

 

 

 

사막 (오르텅스 블루)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관계 속에는 물질적인 것들 이해를 따져야하는 것들이 너무 많이 끼여있어,

진실된 관계를 보기에는 굉장히 어렵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외로워지며 자신의 발자국을

보려고 계속 추억에 잠기고 과거를 회상하며 살아가는 듯 합니다.

저는 과거에 많이 매몰되어 있지 않지만, 이 시를 읽어낼 만큼의 혼잣말은 하는 것 같네요^^

 

 

 

 

 

숙명 (에리히 케스트너)

 

요람과 무덤 사이에는

고통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시인 에리히 케스트너를 좋아합니다. 숙명과 같은 짧고 아름다운시들을 많이 썼으며,

그의 시 안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통찰들이 들어있기 때문이죠. 에리히 케스트너의 '숙명'이란 시는

에리히 케스트너의 시들 중에서도 제법 유명한 시로 태어남과 죽음을 요람과 무덤이라는 은유로 표현하고,

고통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직설적으로 표현하여 강렬한 느낌을 주는 짧은 시입니다.

 

 

 

 

 

여섯 가지 참회 (젠드 아베스타) 

 

내가 생각해야만 하는데도 생각하지 않은 것과

말해야만 하는데도 말하지 않은 것

행해야만 하는데도 행하지 않은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생각한 것과

말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말한 것

행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행한 것

그 모든 것들을 용서하소서.

 

@저는 이 시를 보면서 계속해서 시에 저항을 했습니다. 옳은 것을 하지 않았는 건 부끄러워서

뉘우치는 참회할 내용도, 누구에게 용서를 구할 내용도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옳은 걸 하지 않았는 것은 그저 자신이 못난 탓이고 그에 따른 후회는 참회의 성격이 아니라

좀 더 강한 질타의 성격이 띄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더 읽어보며 생각을 해보니, 

삶의 말년에는 자신을 질타할 힘도 생에의 의지도 남아 있을 것 같지 않고, 그저 용서를 비는 약한

인간만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 번 읽고서 씁쓸해졌습니다.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그 꽃'이라는 시는 짧고 아름다운시의 대명사가 아닐까 합니다. 윤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만큼이나

유명하며, 아주 짧지만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만큼의 강력한 메세지를 지니고도

있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차마 보지 못하던 것들, 어쩌면 삶에 있어 더욱 중요한 것들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해야할까요..? 시구도 운율도 짧지만 너무 좋습니다.

 

 

 

 

 

알 필요가 있는 것 (작자 미상)

 

당신이 꼭 어떤 사람이어먄 하는 건 아니다.

당신이 꼭 어떤 일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이 세상에 당신이 꼭 소유해야만 하는 것도 없고

당신이 꼭 알아야만 하는 것도 없다.

정말로 당신이 꼭 무엇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불을 만지면 화상을 입고

비가 내리면 땅이 젖는다는 것쯤은 알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가끔은 인간이 너무 많이 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너무 많이 알게되어서 세상이 복잡해지고,

또 너무 혼란스러운게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저 또한 이 이름 모를 시인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태어나서

무언가가 꼭 될 필요가 없고, 또 무언가를 꼭 소유할 필요는 없다고 보며 살기 위한 지혜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약간 비관주의적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것이 행복을 위한 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걸 원하고 추구하고, 또 그러도록 사회가 만들어 놓아서 불행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면서 사회가 당연시 하는 가치들을 전복시켜보았고 누군지 모를 시인의 시선을

한 번 엿볼 수가 있었네요. 그럼 여기서 짧고 아름다운시에 관한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