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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의 감성공간

감동적인 시 여러편 모음

[감동적인 시 여러편 모음]

 

누가 저보고 시를 왜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소설책 보다 짧아서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가끔 시를 읽고 있다보면 소설 책 1권이 다 담아내기도 힘든 감성과 통찰을 비교적 짧은

시에 담겨져 있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소설을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도 고전 문학이면서,

지금도 문학책을 읽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끔 시의 간결함과 강렬함에 매료 되어

소설이 가진 그 힘을 망각하곤 합니다.

 

이런 의미로 오늘 소개드릴 시는 감동적인 시입니다. 최근에는 비교적 강렬하면서도

어둡고 회의적인 시를 보고 있었기에 스스로도 환기를 시킬겸 담백하면서 감동이 있는

그런 시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총 5편의 시를 소개드리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헤르만 헤세)

 

당신을 사랑하기에 밤에 나는

그토록 설레며 당신께 가서 속삭였지요.

당신이 나를 영원히 잊지 못하도록

당신의 마음을 따 왔었지요.

 

당신 마음은 나와 함께 있으니

좋든 싫든 오로지 내 것이랍니다.

설레며 불타오르는 내 사랑에서

어떤 천사라도 그대를 앗아가진 못해요.

 

@강렬한 사랑은 강렬한 소유를 낳습니다.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면 나만 가지고 싶고 나만하고 싶은 것이죠.

설령 천사가 연인을 천국으로 데려간다 할 지라도 '나의 것'이기 때문에 절대 허락할 수 없는 것이죠.

이런 강렬한 사랑과 소유, 그리고 이기적 마음을 헤르만 헤세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땐 어쩌죠? (사라 티즈데일)

 

그리운 눈빛으로 돌아보고 뒤따르는 저를 확인하세요.

당신의 사랑으로 절 일으켜주세요. 미풍이 제비를 추켜올리듯.

햇볕이 내리쬐든 비바람이 치든

멀리 날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하지만 제 첫사랑이 저를 다시 부르면 그땐 어쩌죠?

 

저를 꼭 껴안아주세요. 늠름한 바다가 파도를 끌어안듯.

산속에 숨어 있는 당신 집으로 멀리멀리 데려가주세요.

평안으로 지붕을 잇고 사랑으로 빗장을 걸도록 해요.

하지만 제 첫사랑이 저를 또 다시 부르면 그땐 어쩌죠?

@사라 티즈데일이 쓴 그땐 어쩌죠는 사실 감동적인 시라기 보다는 조금 마음 아픈 시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이 아픈 울림도 감동이라고 한다면.. 저는 이 시를 꼭 소개드리고 싶었네요.. 이 시는 현재의 사랑과

첫사랑 사이에 대한 갈등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랑이 있다는 건 첫사랑과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첫사랑에 대한 로망이나 기억, 그리고 향수 모든 것들이 과거로 남아 계속적으로 현재를

괴롭히는 것이죠. 시인도 첫사랑은 이루지 못했나 봅니다.

 

 

 

 

 

그대는 내게서 본다 (셰익스피어)

 

찬바람에 흔들리는 저 나뭇가지에

몇 잎 누런 잎새 앙상한 계절을 그대는 내게서 본다.

엊그제 아름다운 새들 노래했건만

지금은 폐허된 성당 또한 내게서 본다

만물을 휴식 속에 감싸는 제 2의 죽음인,

검은 밤이 서서히 데려가는 석양이

서산에 파리하게 진 후의 황혼을 그대는 내게서 본다.

청춘을 키워준 열정에

그만 활활 불타 죽음처럼 사그라진

그 젊음의 잿더미 속에 가물거리는

청춘의 잔해를 내게서 보았거든,

그대 날 사랑하는 마음 더욱 강해지거라.

머지않아 그댄 내게서 떠나야 할 사람이거든. 

 

@이 감동적인 시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73으로도 잘 알려진 시로.. 보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해석되고 읽히는 매력이 있는 시입니다. 그렇기에 코멘트 달기가 굉장히 조심스러워지네요.. 그저 제가

받아들인 것을 조금 얘기해보자면 늙은 시인이 한 젊은이를 지독히도 아낀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런 생각이 들기까지의 마음을 조금 이해해보고자 할 때면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지기도 하네요.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합니다 (칼릴 지브란)

 

사랑이 그대를 손짓하여 부르거든 따르십시오.

비록 그 길이 어렵고 험하다 해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을 때에는 몸을 맡기십시오.

비록 사랑의 날개 속에 숨은 아픔이

그대에게 상처를 준다 해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하거든 그를 믿으십시오.

비록 사랑의 목소리가 그대의 꿈을

모조리 깨뜨려놓을지라도

 

왜냐하면 사랑은 그대에게

영광의 왕관을 씌워주지만 또한

그대를 십자가에 못 박는 일도

주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그대의 성숙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대를 아프게 하기 위해서도 존재한답니다.

 

사랑은 햇빛에 떨고 있는

그대의 가장 연한 가지들을 어루만져주지만

또한 그대의 뿌리를 흔들어대기도 한답니다.

 

@칼릴 지브란은 이 시를 통해 절대 사랑을 포장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랑이 가진 아픔에 관해 표현하였고,

그래도 해야만 하는게 사랑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저는 이 감동적인 시를 보고 있으면 다칠 걸 알면서도 불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불나방이 생각나곤 합니다.. 제가 아는 사랑이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선택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프고 상처 받을 걸 알면서도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시인은 괜한 저항을 하기 보다는 사랑을 하라고 얘기를 하는가 봅니다.

 

 

 

 

희망 (로버트 프로스트)

 

희망은 인간의 메마른 마음에 꽃을 피운다.

그러나 일단 목적을 달성하거나 성공을 거두게 되면

이미 마음에 지닌 향기는 없어지기 쉽다.

그래서 인생이란 그것을 살아가기 보다는

오히려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소개드리는 감동적인 시는 조금 가벼운 걸 꼽아봤습니다. 인생에 대한 통찰이 담겨져 있다고 할까요?

실제로 인간은 목적한 것을 달성하면 이내 쉽게 성취감과 행복감, 그리고 목적에 대한 욕망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로버트 프로스트가 이런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시를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시인의 예민한 감성이 이런 통찰있는 인간에 대한 해석을 낳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입장이죠.

희망이란 부분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을 희망하며,

또 그 희망의 의미는 무엇인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