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자의 감성공간

사랑에 관한 시 5편.

[사랑에 관한 시 5편.]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종종가집니다. 그럴 때마다 결코 알 수 없다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도 종종가집니다. 또 저는 이런 의문에 결코 알 수 없다는 사실로 귀결됩니다.

 

삶과 사랑의 공통점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생각을 합니다.

이는 인간의 삶과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며 늘 우리 주위를 멤돌기 때문입니다.

 

저는 삶과 사랑 중 사랑에 좀 더 많은 생각을 할애 합니다. 삶은 일단 던져져 버린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면 사랑은 이 삶 속에서 스스로가 피워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고 느끼고 싶을 때는 사랑에 관한 시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시는 호흡이 짧아 인상이

강렬하며 타인의 사랑에 대해 옅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사랑에 관한 시 5편을 준비해봤습니다.

 

 

 

 

 

사랑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끊임 없이 자신을 비우기에

언제나 새로우며

 

최상의 호기심으로 배움에 임하지만

결코 지식을 쌓지 않으며

 

무엇이 되려고 한 적이 없기에

없음이라고 불리며

 

끝이 없이 깊고 닿지 않는 곳이 없으며

 

앎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있기에

모름이라고 불리며

 

그의 힘은 무한하나 한없이 부드러우며

 

보지 않는 구석이 없고

듣지 않는 소리가 없으며

 

그의 덕은 높고도 크나

겸손은 한없이 낮으며

 

우리의 사고가 끝나는 곳

단어의 의미가 끝나는 곳에서

 

어쩌면 만날 수도 있는

그것은 실체로서의 사랑 

@이 시는 처음 읽었을 때 너무 공감되어서 역시 내가 사랑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게 아니였구나

싶었습니다. 저 또한 시인처럼 사랑은 종잡을 수 없고 알 수 없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시는 제 마음을 시인의 언어로 옮겨놓은 것만 같았습니다. 특히 이 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단어의 의미가 끝나는 곳에서"라는 부분입니다. 사랑은 너무나 풍부한 느낌 때문에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초월한 감정이 아닐까 싶네요.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저도 때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걸 좋아해 이 사랑에 관한 시가 무척 공감되었습니다.

어쩔때는 기다리는 것이 더 떨릴 때가 있지요. 시인 또한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도 알 것 같습니다. 기다릴 때는 내 옆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어디서나 그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이였다가

그 사람이 아니게 되고, 그러다가 제 뒤에서 어깨를 두드립니다.

 

 

 

 

 

 

반초도 안 되는 순간 (이윤학)

 

반초도 안 되는 순간,

어떤 벽에 뚫린 구멍은

이 세상의 비극을 다

보여주었네

 

반초도 안 되는 순간,

어떤 벽에 뚫린 구멍은

벌어졌다 오므라들었네

 

그녀가 돌아올 때마다

그녀가 돌아갈 때마다

그에게는 구멍이 하나

안에서 밖으로 뚫어졌네

 

이 세상이 쉬 망하지 않는 이유

한없이 시간이 더디기 때문이라네 

@이별이란 말 한 마디로 쉽게 찾아오게 됩니다. 그 짧고 간단한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에게는 온 세상을

암흑으로 만들어버리고 모든 세상의 고통이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고 찾아오도록 만듭니다.

이별은 시인의 말처럼 구멍을 뚫어버립니다. 저는 그 구멍을 마음에 생긴 구멍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지나다녀 엄청 시릴 수 있는 그런 구멍 말입니다.

 

 

 

 

 

봄의 정원으로 오라 (잘랄루딘 루미)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촐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사랑에 관한 시는 짧지만 강렬한 시입니다. 시인의 언어는 화가의 작품처럼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고

그 속의 내용은 철학책처럼 내실이 깊습니다. 아름다움과 깊음의 조화는 강렬한 인상을 가지기에

충분하며 시인이 써내려간 사랑은 지금까지 둘러보았던 사랑의 정의보다 더 견고해보입니다.

저는 이 시에서 단 한 글자, 단 한 단어도 뺄 수 없고 그 자체로 완벽하다 생각합니다.

 

 

 

 

 

사랑은 (오스카 햄머스타인)

 

종은 누가 그걸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

노래는 누가 그걸 부르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도

한쪽으로 치워 놓아선 안 된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니까.  

@책상이 있습니다. 그 책상에 누군가가 책을 펴놓고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 책상은 책상일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그 책상에 밥을 얹어 밥을 먹습니다. 그럼 그 책상은 밥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어떻게

쓰냐에 따라 모든 것의 정의는 달라집니다. 자신의 마음 또한 사랑이 깃든 마음인지 혹은 다른 감정이

깃든 마음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쓰냐에 따라 마음은 달라질 것입니다.

이렇게 사랑에 관한 시 5편을 모두 소개드렸습니다. 시 하나하나 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