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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의 이야기

야구장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올해 또한 제가 응원하는 삼성이란 팀의 독주를 예상했기 때문에

별달리 야구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가을 야구에 부쩍 가까우면서 상위팀의 의지와 경기력이 부쩍 상승하였고,

제가 응원하는 팀도 연패를 당하며 선두 자리를 위협 받는 상황에 놓였지요.

 

저는 삼성팬이지만 삼성의 연패 소식이 사실상 반가웠습니다.

삼성팬이기 이전에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써 팀들간의 격차도 좁고

순위를 올릴려는 싸움이 치열하면 치열해질 수록 야구 자체가 재밌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야구가 점점 뜨거워지는 시기에 형이 커플 끼리 야구장 가자는 제안을 했고,

저는 흔쾌히 수락을 해서 기쁜 마음으로 치킨과 맥주를 사들고 가게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야구장에 갈 때마다 한 번도 제 응원팀이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1년에 1~2회 정도 야구장을 찾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6번 정도 야구장에 갔었는데 단 한 차례도 홈팀이 이기지 못했지요.

 

이런 이유에선지 저는 주변 사람들한테 흔히 말하는 패배의 아이콘이 되었고,

저 또한 그런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어 이번에는 그 사슬을 끊어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야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보니 어느 샌가 야구장에는 노을이 지기 시작했고

위 사진처럼 정말 아름다운 노을과 함께 야구 경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노을이 질 때쯤에는 야구가 4회 정도 흐른 상태였고 홈팀이 1:0으로 지고 있어

아직까지는 충분한 역전의 기회가 남았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었죠.

그런데 이 노을이 그 날 경기의 최고의 명장면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홈팀은 단 한 번의 역전도 하지 못한채 6점을 더 주었고, 6점을 더 줄 동안에는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하여 저의 야구장 연패 기록을 또 한 번 갱신하였습니다.

 

저는 이미 재작년에 왔을 때부터 야구 경기에는 "오늘도 지겠거니.."하며 초탈한 상태라

별로 심리적 타격 없이 치킨와 맥주, 오징어를 잘 먹었다는 생각을 했고,

언제쯤 삼성의 마무리 투수를 볼 수 있을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참고로 오승환 선수가 맹위를 펼치던 시절에도 4번 가량 야구장에 방문했었는데,

단 한 번도 오승환 선수를 본 적이 없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갈 때마다 항상 졌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통합 4연패에 도전하는 막강한 전력의 팀이 제가 갈 때마다 질 수 있을지..

그 확률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더라고요. 물론 졌다는 패배감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만이 패배의 자리에 남아 저의 머릿 속에 떠돌아다니더라고요.

 

그래도 점점 가을 야구로 치달아가고 있는 한국 프로 야구의 열기를 몸소 느끼고 왔다는 것에는

굉장히 만족합니다. 최근 4시즌 동안 올 시즌이 그나마 가장 치열한 것 같고

상위권에 올라와있는 팀 모두 드라마틱 경기를 하고 있으니 야구장에 갔다 오지 않았다면

가을 야구 보면서 후회할 뻔 했습니다. 올해 가을야구는 정말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