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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의 감성공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유치환 - 행복'

[마음이 따뜻해지는 유치환 행복~!]


날씨가 화창한 날 하늘을 올려다보면 기분이 상당히 좋아집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행복이 아닐까 하며, 새삼 날씨 하나에도 
기분이 맑아지는 그런 날이죠.

그런 날이면 어김 없이 집에 와서는 시집을 하나 집어듭니다.
기분 좋은 날, 좋은 음악과 멋진 시 한 편이면 하루가 완벽하죠.

최근에는 날씨가 계속 좋았던 탓에 시도 많이 보는데,
여러 시 중에 제 마음을 이끄는 시가 한 편 있습니다.
바로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라는 시입니다.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시인은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저는 여기에 무척이나 공감을 하며, 유치환 시인이
진짜 사랑을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 진짜 사랑을 했기에, 받는 것보다 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이야기 하겠지만요..

사실 그렇습니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사랑 받는 것도 상당히 좋겠지만,
사랑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할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영화관 앞을 서성이는 시간도..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선물을 고르는 시간도..
사랑하는 사람의 메세지를 기다리는 시간도..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도..
모두가 행복으로 가득찬 시간이라 할 수 있지요.

이렇게 유치환 행복을 음미하며,
사랑에 대한 기억들을 되살려 이야기 하다보니,
한 뮤지컬 노래 하나가 생각납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Rent>에 나오는 노래인데,
제목이 'Season of love'이죠.

이 노래에서도 이야기 합니다. 1년이란 시간을 다른 걸로 재지 말고
사랑으로 재자고.. 얼마나 사랑했는가로.. 시간을 채우자고..




이제 저에게 반문을 해보게 됩니다.
지금 무엇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냐고..

손대지 않고 코 풀기 위해 사랑 받기만을 기다리지 않냐고,
마치 어항 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 처럼 자유롭지 못하고
먹이를 기다리고 있지 않냐고 말이죠..

시가 가진 힘은 정말 굉장한 것 같습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면, 오히려 금방 잊혀질 이야기들인데,
운율과 아름다움이 더해져 마음 속에 눈 녹듯이 스며들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