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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의 감성공간

마음 아픈 이별 시 3편

[마음 아픈 이별 시 3편]


이별은 가시가 돋아 있는 장미 꽃과 모양이 같은 듯 합니다.
멀리서 보면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인데, 가까이서 보면
아픔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감성이 찾아올 때 마음을 달래는데에는 이별 시 만한게 없지요.
이별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는 시를 보자면, 누군가도 이런 아픔을
겪었구나라는 생각에 위로를 얻게 됩니다.

때로는 이런 감성에 마음이 짓눌리지 않도록, 감성을 더욱 더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그럼 최근에 읽은 시들 중 제 머릿 속에 선명한 자국을
남긴 이별 시 3편을 모아봤습니다.^^




그리움(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도 더욱 더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냐
@없는 줄 알면서도 길을 걸으며 옛 연인을 찾게 됩니다. 혹시나 있을까 싶어 말이죠.
그 마음 속에는 한 번이라도 마주쳤으면, 한 번이라도 그 얼굴을 봤으면 하는
절절한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유치환 시인의 그리움 또한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라며,
시인의 이별 또한 우리네 이별과 한치도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우리는 시인과
연대감을 느끼며, 공감을 하죠. 없는 줄 알면서도 계속 찾게되는 게 잊지 못한 연인이 아닌가 합니다.






어느 인생의 사랑(브라우닝)


우리 둘이 살고 있는 집
방에서 방으로
나는 그이를 찾아 샅샅이 둘러본다.
내 마음아, 불안해 마라, 이제 곧 찾게 된다.
이번에 찾았다! 하지만 커튼에 남겨진
그이의 고뇌, 잠자리에 감도는 향수 내음
그이의 손이 닿은 벽의 장식 꽃송이는 향기 뿜고
저 거울은 그이의 매무새 비치며 밝게 빛난다.
@저는 짧고 강렬한 이별 시를 좋아합니다. 그렇기에 오늘 소개드리는 시들은 다 짧지요.
이 어느 인생의 사랑이라는 시 또한 다른 의미에서 이별을 노래한 시입니다.
아마 연인 상태에서 헤어졌다면 방이란 소재보다 서로가 교환했던 선물 속에서
지난 연인에 대한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 향기는 때로는 너무 아름다워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아픔이 밀려옵니다.






산 비둘기 (장 콕도)


두 마리의 산비둘기가
상냥한 마음으로
서로 사랑을 하였습니다.

그 나머지는
말하지 않으렵니다.
@이 시는 제가 마주한 이후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멍하게 만들어 버린 이별 시 입니다.
시인은 "사랑을 하였습니다."로 과거형을 만들어 버리고, "나머지는 말하지 않겠다"며,
독자에게 엄청난 여백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우리는 그 여백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번민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 이별 시는 마음도 아프지만 시 자체가 가지는
아름다움 때문에 두 번 감탄하게 되는 듯 합니다.




시를 소개드리면서 곱씹고 또 곱씹다 보니 상당히 아프네요.
시인들은 이런 감성을 최대한 끌어낸 상태에서 이별 시를 쓸텐데,
얼마나 아플지 가늠조차 가질 않네요.

누군가 자신의 감성을 이렇게 털어놓았을 때,
나 혼자만이 겪는 고통이 아닌 것 같아 위로가 됩니다.

어떻게 제가 소개드린 이별 시가 마음에 드셨을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오랫 동안 기억에 남을 시들이였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