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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의 감성공간

너무나 아름다운 시.

[너무나 아름다운 시.]

오늘은 아름다운 시를 소개드리겠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독서를 하기에 좋은
감성을 가을이란 계절은 가지고 있죠.

개인적으로 가을에는 고전과 인문을 읽는 것도 좋지만,
시를 읽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붉게 물든 단풍, 청명한 하늘 등은 인간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좋은 것 같고, 이렇게 업된 감성을
어루만지기에는 시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소개드리는 아름다운 시는 개인적인
주관의 영향을 받았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이 느끼지 않을까 하는 시를 골라보았어요.
그럼 지금부터 소개드릴게요.^^



여유 (W. H. 데이비스)


무슨 인생이 그럴까, 근심에 찌들어
가던 길 멈춰 서 바라볼 시간 없다면
양이나 젖소들처럼 나무 아래 서서
쉬엄쉬엄 바라볼 틈 없다면
숲속 지날 때 다람쥐들이 풀숲에
도토리 숨기는 걸 볼 시간 없다면
한낮에도 밤하늘처럼 별이 총총한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이 시인은 어쩌면 속세에서 멀어졌을 때, 진짜 인생을 바라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인의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운데, 1800년대 말 골드 러쉬에 휩쓸려 미국으로 떠납니다.
거기서 무릎 위까지 절단해야 하는 사고를 당했죠. 데이비스는 외다리로 걸인 생활을 했는데,
그 생활이 힘들어져 시인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데이비스는 시인으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사랑의 증세 (로버트 그레이브스)


사랑은 온몸으로 퍼지는 편두통
이성을 흐리게 하며
시야를 가리는 찬란한 얼룩.
진정한 사랑의 증세는
몸이 여위고, 질투를 하고,
늦은 새벽을 맞이하는 것.
예감과 악몽 또한 사랑의 증상,
노크 소리에 귀기울이고
무언가 징표를 기라니는..
용기를 가져라, 사랑에 빠진 이여!
그녀의 손이 아니면
너 어찌 그 비통함을 견딜 수 있으랴?

@사랑이 찾아 왔을 때, 우리는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표현하기란 참 힘이 들죠.
그러나 로버트 그레이브스라는 영국의 시인은 정말 아름다운 시로써 사랑이 찾아온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이에게 용기를 주는 말도 잊지 않았고요.^^





반지 (이해인)


약속의 사슬로
나를 묶는다

조금씩 신음하며
닳아가는 너

난초 같은 나의 세월
몰래 넘겨보며

가늘게 한숨 쉬는
사랑의 무게

말없이 인사 건네며
시간을 감는다
나의 반려는

잠든 넋을 깨우는
약속의 사슬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속에서는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힘이 담겨져 있죠. 이 <반지>라는 시에서 또한 그런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류시화)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인간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로
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
새는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실존으로
과거는 창백하게 타들어 간 하루들의 재로
광부는 땅속에 묻힌 별을 찾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 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보게 되는 선물로
목력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으로


@류시화 시인님의 이 시는, 정말 아름다운 시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드네요.
시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사전이라.. 상상만 하더라도 상당히 아름다울 것 같아요.^^
특히나 이 시에서는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 많이 있어요. 예를 들어,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보게 되는 선물로"같은 구절 말이죠.

상처는 누구나 하나 쯤 지고 가게 되어 있고, 그 상처를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픔,
혹은 잊고 싶은 기억의 흔적쯤으로 생각할텐데, 시인은 그것을 또 멋지게 선물이라고
표현했네요. ㅎㅎ




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었던 아름다운 시는 모두 소개드린 것 같아요.
어떻게 마음에 드셨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아름답다라는 형용사가 이 시들을
표현하기에는 조금 모자라다는 느낌을 받네요.

그럼 시는 여러번 곱씹고, 마음으로 한 번 더 씹어보아도 진한 향내가 나니,
오늘 소개드린 시를 확실히 마음으로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아름다운 시에 관한 글을 여기서 끝낼게요~!